디지털 교도소 결국 문 닫다, ‘강력 범죄자 응징’ 환호부터 ‘마녀사냥’ 논란까지 총정리
디지털 교도소는 강력 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를 말합니다.
그동안 범죄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서 법이 처벌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응징해 주었다는 환호가 있는 반면 무고한 사람들을 마녀 사냥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디지털 교도소가 결국에는 문을 닫은 상태로 확인되는데요, 자세한 내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력 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개설된 지 약 5개월 만에 접속 차단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디지털 교도소가 잇따라 범죄자가 아닌, 무고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했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운영진이 사이트를 폐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9일 현재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는 ‘403 Forbidden’이라는 메시지만 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메시지는 보통 서버를 관리하는 사람이 특정 국가나 IP 대역을 차단했을 때 뜨는 것입니다.
지난 8일 오후 3시부터 이 메시지가 노출됐는데,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이 사이트를 폐쇄했는지 또 다른 이유로 한국에서의 접속이 차단됐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교도소는 여러 범죄자들은 물론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사건 관련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로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습니다.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부터 고(故) 최숙현 선수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감독 등 다양한 이들의 신상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다만, 해외 도메인 등록 기관 조회 결과 디지털 교도소의 개설 시기는 5월 23일입니다.
지난 7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우리가 잊고 있는 사이 범죄자들은 금방 사회로 돌아온다"며 "이들의 신상 공개가 ‘범죄의 진화’를 막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했다"라고 사이트 개설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과 관련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했는데 범죄자들의 공격으로 계정이 삭제됐다. 범죄자들이 절대 공격할 수 없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다"고도했습니다.
범죄자들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대항해 생겼던 만큼 디지털 교도소는 개설 초기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현행 사법 체계 안에서는 범죄자들에 대한 정의로운 처벌이 불가능한데, 디지털 교도소가 일종의 ‘자경단(自警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당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디지털 교도소의 홈페이지 주소가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교도소는 엉뚱한 사람의 신상정보를 범죄자의 것이라 공개한 사실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최근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앞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언론을 통한 정보수집과 제보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2회 이상 검증한 사실만 공개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채정호(59) 가톨릭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제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봐야 의미 없는 외침일 것 같아 고소를 진행했고 그동안의 수사 결과가 나왔다"며 "디지털 포렌식 등을 포함한 수사 결과 제가 그런 채팅을 한 적이 없고 조작이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규명됐다"며 대구지방경찰청의 공문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채 교수는 지난 6월 26일 디지털 교도소에서 텔레그램 ‘n번방’에서 성 착취 물을 구매하려던 사람으로 지칭되며 휴대전화 번호 등의 개인 정보가 공개됐습니다.
당시 채 교수가 성착취 동영상을 구매하려 시도한 텔레그램 대화 캡처 화면도 함께 공개됐는데, 이후 경찰 수사에서 조작된 화면으로 판명난 것입니다.
디지털 교도소가 엉뚱한 사람을 사이트에 수감시킨 것은 이번 만이 아닙니다.
격투기 선수 출신 유튜버 김도윤(30)씨도 지난달 22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되며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8일 뒤 디지털 교도소는 "여러 블로그와 커뮤니티에 있던 내용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김 씨 정보가 올라가게 됐다. 재차 확인하니 잘못된 내용을 공유한 것이 파악됐다"며 사과했습니다.
지난 3일엔 ‘지인 능욕’을 요청했다며 디지털 교도소에 얼굴 사진과 학교, 전공, 전화번호 등의 신상 정보가 공개된 후 억울함을 호소했던 대학생 A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디지털 교도소는 텔레그램 공지방을 통해 "A 씨는 어떠한 증거 제시도 않고 몇 개월째 억울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라고 반문했습니다.
현재는 이 텔레그램 공지방마저 사라진 상태입니다.
디지털 교도소가 허울 좋은 명목 아래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를 하면서 사고만 치더니 결국에는 문을 닫았습니다.
공무원의 신상 무단 게재 사건, 부산 경찰 관련 성범죄 가짜 뉴스 유포 사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허위 지목 사건, 신상 유출 피해자 사망 사건, 가톨릭대학교 의대 교수 허위 지목 및 조작 캡처본 게시 사건까지 다양하게 사고를 쳐왔죠.
운영 행태를 보아도 제보 내용과 본인의 판단만을 가지고 있으며, 정확한 근거나 자료에 대해서는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반인의 신상을 마음대로 게재한다는 것은 범법행위이죠.
애초에 법 아래에서 제대로 운영되기도 힘든 사이트였을 뿐더러 그 운영 형태가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도 않았고, 여러 사건 사고를 통해 피해를 받고 죽은 사람까지 있으니 없어져 마땅한 사이트였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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